태국-캄보디아 접경 무력 충돌 격화, 외교부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교민 및 여행객 안전 비상
태국 수린, 캄보디아 오다르메안체이 등 6개 주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여행 취소·연기 및 안전 지역 이동 권고

태국과 캄보디아 접경 지역에서 양국 군대 간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대한민국 외교부가 25일 낮 12시(한국시간)부로 해당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상향 조정,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며 우리 국민의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접경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교민 및 여행객들에게 해당 지역 방문 취소 및 체류 중인 경우 즉각 안전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번 외교부의 여행경보 상향은 태국과 캄보디아 간 무력 충돌이 단순한 국지전을 넘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야기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은 2008년부터 지속되어 왔으나, 최근 양측 군사력 증강과 함께 충돌 빈도가 높아지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외교부는 이번 무력 충돌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태국과 캄보디아 접경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의 경우, 수린주, 부리람주, 시사켓주, 우본라차타니주에 대해 가장 높은 단계의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들 지역은 캄보디아와 직접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거나, 최근 군사적 충돌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지역이다.
특히, 시사켓주의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 인근 지역은 양국 간 분쟁의 핵심 지점으로, 현재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상태다. 외교부는 이 외에도 사께오주, 짠타부리주, 뜨랏주에 대해서는 2단계 '여행자제' 경보를 발령하며 해당 지역으로의 불필요한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캄보디아 역시 상황은 유사하다. 외교부는 오다르메안체이주, 프레아비헤아르주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며 방문을 전면 금지하고 체류 중인 국민들에게 철수 또는 안전 지역으로의 이동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 두 주는 태국과의 접경에 위치하며,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이 위치한 프레아비헤아르주는 무력 충돌의 중심지이다.
또한, 반테아이메안체이주, 파일린주, 바탐방주, 푸르사트주, 코콩주에 대해서는 여행자제 경보를 발령하며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조치를 취했다. 외교부는 기존에 발령된 다른 지역의 여행경보는 그대로 유지하며, 상황 변화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태국과 캄보디아 간 무력 충돌의 근본적인 원인은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둘러싼 영유권 분쟁에 있다. 11세기에 건축된 이 힌두 사원은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져 지리적으로 요충지에 위치하며,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아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이 캄보디아 영토에 속한다고 판결했으나, 태국은 사원 진입로와 주변 지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이후 2008년 유네스코가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을 캄보디아의 단독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태국은 이에 반발했고, 양국 간 국경 충돌은 더욱 심화되었다. 태국은 사원 주변 지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군사적 주둔을 강화했고, 캄보디아 역시 이에 맞서 군 병력을 배치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최근 몇 년간은 소강상태를 보이기도 했으나, 양측의 영유권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산발적인 무력 충돌은 꾸준히 발생해왔다.
이번 충돌의 강도가 예전보다 심해진 배경에는 양국 내부의 정치적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국 정부가 국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민족주의적 정서를 자극하고 국경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태국 국방부는 이번 충돌에 대해 캄보디아가 먼저 태국 영토를 침범하고 공격을 개시했다고 주장하며 자위권 차원의 대응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캄보디아 국방부는 태국군이 먼저 캄보디아군 진지에 포격을 가했으며, 이는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진실 규명과 책임 공방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현재 태국과 캄보디아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은 외교부의 여행경보 상향에 따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주태국 대한민국 대사관과 주캄보디아 대한민국 대사관은 현지 교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기 위해 비상 연락망을 가동하고,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까지 이번 무력 충돌로 인한 우리 국민의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그러나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해당 지역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은 즉시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고, 불가피하게 체류해야 하는 경우에도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주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행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동남아시아 여행지 중 하나로, 이번 여행경보 발령으로 인해 해당 지역으로의 여행을 계획했던 많은 사람들이 여행 취소 및 연기 수순을 밟고 있다. 주요 여행사들은 외교부의 권고에 따라 해당 지역으로의 패키지여행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 예약자들에게는 여행 취소 및 변경에 대한 안내를 진행하고 있다. 항공사 역시 해당 노선의 운항 여부를 재검토하는 등 여행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태국과 캄보디아 접경 지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현지 정세 변화에 따라 여행경보를 추가적으로 조정할 필요성을 지속해서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필요한 경우 현지 공관과 협력하여 교민 및 여행객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영사 조력을 강화하고, 긴급 대피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