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배우 자매 사건, 반복된 성폭행 끝에 극단적 선택…KBS ‘스모킹 건’ 재조명
2009년 발생한 비극, 12명 가해자의 만행과 미흡한 법적 처벌 논란 재점화

2009년 8월 28일, 드라마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 중이던 단역배우 자매가 관계자들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충격적인 사건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22일 오후 9시 45분 KBS2 ‘스모킹 건’ 104회 ‘죽음의 아르바이트-단역 배우 자매 사건’을 통해 재조명된 이 사건은 당시 12명에 달하는 가해자들의 만행과 미흡했던 법적 처벌로 인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2009년 여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단역배우 자매 사망사건의 전말이 22일 방영된 KBS2 ‘스모킹 건’ 104회를 통해 다시금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죽음의 아르바이트’라는 섬뜩한 부제로 방송된 이번 회차는 당시 18층 아파트에서 스스로 몸을 던진 큰딸의 비극적인 죽음 뒤에 숨겨진 잔혹한 진실을 파헤쳤다.
고인이 된 언니와 동생은 당시 연기자의 꿈을 키우며 드라마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꿈은 악몽으로 변질됐다.
촬영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로부터 지속적인 성폭행과 성추행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이 자매의 죽음 이후 밝혀진 것이다.
특히 충격을 안겨준 것은 가해자의 수였다. 피해자 가족의 증언과 수사 기록에 따르면 가해자는 무려 12명에 달했으며, 이들은 조직적으로 자매를 유린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 관계자들은 익명을 요구하며 "초기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들의 진술 확보가 어려웠고, 가해자들이 대부분 직업상 우위에 있는 자들이라 증거 확보에도 난항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국민적 공분이 일었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은 대중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수많은 가해자 중 일부만이 기소되었고, 이마저도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면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당시의 미흡한 처벌에 대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지금보다 낮았고, 피해자의 증언만으로는 유죄를 입증하기 어려운 법적 한계도 존재했다"고 분석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당시 성폭력특별법상 공소시효가 짧았던 점, 그리고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엄격하게 판단하던 경향이 강했던 점이 가해자들의 경미한 처벌로 이어진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단역배우 자매 사건은 연예계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사회적 약자의 인권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특히 갑을 관계가 명확한 연예계에서 단역배우나 보조 출연자 같은 ‘을’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쉽게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이 사건 이후 연예계 내부에서는 자정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도 미흡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단역배우 자매 사건 이후 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을 위한 상담 및 법률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고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등 관련 법 개정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여전히 연예계에서는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기에는 심리적, 사회적 장벽이 높다. 또한, 과거의 미흡한 처벌로 인해 상처받은 피해자와 유가족의 아픔은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다.
이번 ‘스모킹 건’ 방영은 잊혀질 뻔했던 비극적인 사건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시청자들은 방송 직후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분노와 안타까움을 쏟아냈으며, 가해자들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더보기